댓글과 답글 자동화를 구현해놓고 껐습니다.

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동작은 잘 됐습니다. 이웃 글에 댓글을 달고, 내 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다는 흐름까지 전부 자동으로 돌아가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검증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보고 나서 멈추게 됐습니다.


감동받으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댓글을 하나하나 검수하던 시기였습니다. 어떤 분이 내가 단 댓글에 공감을 해주시면서, 이런 댓글을 달아줘서 감동받으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댓글은 제가 직접 쓴 게 아니었습니다. AI가 쓴 문장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말투가 딱딱합니다. 그래서 댓글도 AI에게 맡겼는데, AI는 저보다 훨씬 따뜻하게 썼고, 그 따뜻함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닿았습니다.

감동받으셨다는 말을 들으니 이상한 감정이 생겼습니다. 기쁘기도 했고, 동시에 뭔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AI가 쓴 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 그 사실이 오히려 더 정성껏 달아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왔습니다.


진짜로 모르셔서 질문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또 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올린 정보성 글에 답글이 달렸는데, 내용을 보니 정말 몰라서 추가로 여쭤보시는 글이었습니다. 글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보신 거였습니다.

그 답글을 보면서 이건 AI에게 맡겨서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모르셔서 물어보신 분한테 AI가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을 돌려드리는 건 맞지 않았습니다. 진짜 정보가 필요한 분한테는 진짜 답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성 글을 올렸다면 그 정보에 대한 책임도 올린 사람이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궁금해서 물어보시는 분한테는요.


자동화가 가능하게 해준 것들

제 말투는 원래 딱딱합니다. AI가 없었다면 그나마 댓글도 형식적으로 달거나, 달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덕분에 더 따뜻한 말이 나갔고, 그 말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닿았습니다.

그 사실 자체는 좋은 일입니다. AI가 아니었다면 감동을 드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 정보를 나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되니까, 오히려 책임감이 생기는 구조가 됐습니다.

자동화가 scale을 만들어줬는데, scale이 생기니까 그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으면 아무도 영향받지 않아서 대충 해도 되지만, 누군가 읽고 감동받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일이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금은 반자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끄지는 않았습니다. 댓글은 AI가 초안을 내고, 제가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주제를 벗어나거나 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간 것들은 수정합니다. 진짜 질문이 들어온 것들은 직접 씁니다.

완전 자동화가 기술적으로 안 되는 게 아닙니다. 됩니다. 다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내 글에서 시작된 대화에는, 내가 끝까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AI가 쓴 말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그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제가 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